잘 살면 겨울 속에 있어도 봄같이 살고
잘 못 살면 봄 속에 있어도 겨울을 산다.
날씨도 그와 같아서 오늘은 따스한 빛줄기가
언 땅을 깊이 어루만지니까 동토가 녹아
진물이 나니, 그것은 혹한의 눈물일 거다.
숲길을 간다.
사람이 한 방 들어차면 그 공기는 텁텁하고
메케하고 질식할 것 같지만 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숲 속은 이 얼마나 신선한가!
자연과 인간은 함께 공존해야 하며 사람이
우위일 수는 없다. 숲을 가꾸어 주고 그의
호흡을 얻어 마시며, 탁한 우리의 숨은
그들에게 주어도 마다하지 않아 서로가
호흡을 나누어 마시며 살아가는 관계다.
녹다 만 눈길을 간다.
새하얀 눈길에 처음 발자국을 남길 땐
죄의식을 느낀다. 마치 도둑의 발자국 같아서.
때 묻은 눈길은 대중 속에 나 하나쯤, 맘 놓고
때를 묻힌다. 순수에 흠을 남기는 건 죄악이다.
무엇이, 어떤 연상작용이 일어나는가?
묻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