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강원도 오대산

반야화 2017. 1. 11. 14:51

2016.1.10일
코스:진고개-동대산-1262봉-두로봉-두로령-임도-주차장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오대산 두로봉이다.해발 1429.9의 높이를 오르기 위해 960미터의 진고개까지 차로 이동해서 우선 동대산을 향해 간다. 오대,동,서, 남,북과 중대를 떠받치고 있고 각 대마다에 사찰이 있는 산이다. 중대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 적멸보궁이 있어서 오대산은 불국토를 형성하고 있는 성스런 산이다.서울로 이사 오기 전 성지순례로 적멸보궁에 간적이 있지만 너무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주변을 보지 못했고 철야기도를 드린 경험이 있는데 늘 오대산의 전경이 어떤지 궁굼하다가 몇 년 전에 또 갔지만 눈보라가 너무 심해서 또 산세를 보지 못했다.이번에 세 번째 도전해서 가는데 이번에야말로 우리나라 사람이 인정하는 삼세판의 결실을 보는셈이다.하늘의 진면목을 보면서 진고개에서 올라가는 길에는 바람이 모아놓은 눈더미에 푹푹 빠지면서 오르는데 이틀 전에 태백산에 갔던 피로가 남았는지 다리가 무직하고 약간 뻐근함이 전해온다.동대산을 오르는 계단이 높게 되어 있어서 날은 추운데 땀이 난다.그런데 동대산에 올라도 기대했던 설경이 아니어서 아쉽다.그러나 하늘이 어찌나 푸른지 바다가 하늘로 올라간 듯하고 바람이 거세게 불어서 청명한 하늘에 어쩌다 흰구름이라도 떠가면 마치 회오리바람을 타고 눈이 올라간듯 하늘 저너머에도 눈이 온 것같았다.
 
동대산에 올랐더니 체감하는 바람의 차가움 보다 그 소리가 더 대단했다.바람은 아무리 게세게 불어와도 막아서서 부딪치지 않으면 조용히 지나간다.그러나 산이 막아서고 나뭇가지가 부딪치니 두 힘의 대결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포효하는 짐승의 울부짖음 같았다.바람은 산을 보고 비키라고 천둥처럼 소리치지만 산이 꿈적도 않으니 산과  바람 사이 두 힘에서 이리저리 부대끼며 살아가야하는 나무들의 운명은 인고의 세월이 어떠했는지를 잎을 다 떨구어낸 나목의 형체가 그대로 다 들어나고 있었다. 바람의 장난으로 곧게 자랄 수 없었던 나무들의 모습은 재미 있는 형태를 만들내는 행위예술가가 된 듯 했다.춤추는 무희,엉킨 실타래,누워서 크는 나무,속을 들어내 버리고 텅 빈 가슴으로 아기를 키우듯 몸통에서 가지가 자라기도 하고 죽은지 오래된 나무의 몸이 살은 떨어져 이미 흙이 되었고 생선가시처럼
 뼈만 남아 마치 풍장을 치르고 있는 것 같아 죽음이 흙으로 돌아가는 과장을보니 생명 있는 모든것의 사후를 보는 것 같았다.
 
동대산을 지나 두로봉으로 오른다 두로봉의 의미를 생각한다.두로(頭老), 늙음을 막는다는 뜻일까? 누구나 두로봉의 높이까지 오를 수 있다면 젊어질 수 있다는 뜻도 될 것 같았다.그만큼 체력을 요하는 길이었다.1400미터를 올라도 시야가 가려져서 조망이 좋지 않았다. 기대했던 멋진 설경은 보지 못하고 두로령을 넘어 가는데 쌓인 눈니 얼마나 많은지 쭉 뽑은 스틱의 한 마디 이상이 묻힌다.앞서간 발자욱에다가 한 발을 밀어넣었다가 빼내어 옮기는 발걸음의 비틀거림이 난 너무 제미 있고 자유로웠다.내가 언제 대로를 걸으면서 이렇게 마음껏 비틀거려보겠는가 하면서 일부러 눈 속에 빠져보기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동심이 발동하는 길이 너무 좋았다.
 

하얀 도화지 위에다 발자욱으로 길을 그리면서 나아가다 보면 바람이 앞선이의 발자욱을 묻어
버려 길을 잃을 때도 있었지만  나뭇가지가 막아주어 그다지 휘청이지 않으면서 즐겁게 눈길을 걸으면서 오늘하루 마음껏 즐겼던 자유를 만끽하는 날이었다.       
 

차돌박이 석영암맥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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