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더위에 복자부동만 하고 있으면 제철에 봐야 하는 것들을 못 보고 놓치게 된다. 그래서 떠난 여행길, 더위에 몸을 적시며 잠재된 지난겨울의 설경을 꺼내어 대비되는 마음으로 눈 내리던 혹한을 떠올리며 태양에 맞서 경주를 거쳐 부산까지 갔다. 경주남산에서 먼저 부모님 산소에 인사드리고 단정하게 다듬어드린 다음, 보라색 바탕색에 굴곡이 멋이 된 소나무를 보기 위해 황성공원으로 달려갔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공원에는 고목의 울창한 숲이 불줄기 같은 빛을 차단하고 있는 가운데 조금 들어가니 보라색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린 것이 꽃인데 하필이면 이렇게 뜨거울 때 피어서 나를 불러내는지...... 지난해 경주 황성공원에서 봤던 맥문동꽃과 유엔공원에서 보았던 배롱나무를 만나기 위해 경주와 부산으로 갔는데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