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치마 2

노루귀의 귀환

불타는 산야의 가슴에도 조용히 꽃이 피어났다. 어느 때보다도 혼란한 세상에 불까지 질러 세상은 온통 지옥 같은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다. 고향이 불타고 고향사람들의 울부짖음이 들리는 듯해서 꽃을 보고도 꽃을 봤다는 말을 못 한 채 며칠이 지났다. 검어진 고향산천에는 꽃도 죽고 모든 생명들의 한 해 살이가 죽었다. 이 좋은 봄이 왔는데 고향의 봄은 꽃대궐이 아니라 한겨울 같은 혹독한 추위를 겪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자연은 삶이 되풀이된다. 추워도 살아지고 더워도 살아지는 삶, 비바람 막아주고 비료 주는 게 아니라 척박한 흙 한 줌에도 살아내는 자연이 위대하다. 기후의 악조건에서도 살아내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스스로, 있는 그대로 살아지는 대로 사는 것이 자연이다. 가장 잘 사는 방법을 제시해 주..

등산 2025.04.01

북한산 봄꽃

생명가진 것들은 다 "나 살아있다"라고 외치듯 꽃과 잎을 피워내는 봄은 참 활기찬 계절이다. 봄은 너무 짧아서 마치 봄을 상영하는 영화 한 편 보듯이 필름이 쭉 돌고나 버리면 끝이다. 그래서 봄은 마음도 몸도 괜히 바쁘다. 집에 있는 날도 마음은 밖을 배회하며 안정을 찾지 못한다. 그래도 몸에도 휴식할 시간을 줘야 하기 때문에 책을 붙들고 있지만 책장이 제자리를 맴돌며 넘어가지 않는다. 삼월 중순에 솜털 보송보송한 분홍색 노루귀를 보고 청노루귀가 보고 싶어 북한산으로 갔는데 길가에 지천으로 피던 그 많던 노루귀가 왜 다 없어졌는지 의문이 들었다. 너무 길가에 있는 장소 때문인지 누가 캐갔는지 자연적으로 죽어버렸는지 알 수 없지만 겨우 몇 포기만 보고 왔다. 그러나 애써 찾아간 게 헛 걸음은 아니었다. 청..

등산 2023.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