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설 2

독야청청의 고집

첫눈이 내리는 걸 보면 절로 하얀 미소가 피어나면서 늘 그것은 서설이라고 생각했다. 기후가 비 뀌고 있다는 징후가 뚜렷한 요즘은 서설이라고 반겼던 첫눈도 한갓 추억일 뿐인가?2024년 첫눈은 서설이 아니라 흉설이 되고 말았다. 집 앞이 마치 한라산눈 같이 쌓였던 첫눈이 아직도 음지에 시커멓게 쌓여있는 산길을 오랜만에 올랐더니 입새부터 소나무들이 허리가 다 꺾어지고 생살이 찢어져 하얗게 드러나 있다. 더러는 길을 막기도 해서 겨우 동강동강 잘랐을 뿐 아직 찢어지고 꺾어진 잔해는 다 치우지도 못하고 널브려져 있었다.강풍이 불어도 흔들리며 피할 수 있는데 짓눌리는 무게는 감당이 안되었던 것 같다. 짓누른다는 것은 숨이 막히는 일이다. 사람이 잠든 사이 숲에서는 얼마나 고통의 아우성이 들렸을까. 여기저기서 괴성..

등산 2025.01.01

남한산성 설경

암울하던 시간 속에 절망의 꽃처럼 첫눈이 내렸다. 한나절 남한산성을 헤매다 돌아왔더니 마을에는 이미 눈이 다 녹아서 마치 한나절이 꿈결인가 싶었다. 도심에선 눈이 내려도 잘 쌓이지 않는다. 더구나 굳게 다져지지 않은 결정체 그대로 보일만큼 여린 첫눈이기에 예보를 믿고 잡았던 약속을 앞 당여 눈 오는 날 멀리 가지 못하고 남한산성으로 갔다. 귀한 눈인데 눈앞을 가리면 어떻고 보이는 게 없으면 어떠리, 그저 눈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은 첫눈인데, 같은 마음을 가진 산행 친구 셋이 한마음으로 출발했는데 예상대로 눈이 내리는 중이어서 자욱한 안갯속 같고 눈발이 날려서 눈길만 보였다. 바람도 없고 포근해서 고이고이 성벽과 나뭇가지에 쌓여가고 있는 중이다. 남한산성에 여러 번 갔지만 눈이 온 후에는 성체..

등산 2020.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