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설경을 본다는 건 잡다한 한 해 동안의 마음속을 마무리와 시작의 교차점에서 버리고 떠나기 같은 갈래의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순수의 절대적 가치를 안겨준다. 덕유평전은 형체 없는 유령 같은 것들의 놀이터였다. 구름이 놀고, 바람이 놀고, 찬서리들이 놀다가 덕유산의 정령에 붙잡혀 깜짝 놀라 얼어붙어 정체성을 드러내고만 하얀 유령들의 주검 같은 세상을 만들었다. 그런가하면 형체 있는 인간들은 그 하얀 밭에서 좁디좁은 신들의 발자국 같은 길을 걸으며 서로 비켜서지도 못하고 부딪치며 미소로 지나친다.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 내리면 때 묻은 발을 들여놓기가 미안할 정도로 순백의 절정이 사뭇 치도록 아름다웠다. 단체로 내려섰지만 그곳에 발을 딛는 순간 뿔뿔이 흩어져 인솔자의 통제는 이미 힘을 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