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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지산 계곡트레킹

반야화 2019. 8. 28. 12:46

여름도 이제 여운의 꼬리만 남겨놓고 스며드는 초가을 바람에 서서히 밀려나는 걸 느낀다.

계절이라는 것이 뚜렷한 경계도 없이 서서히 뒤따라오는 가을이 여름의 여운에 젖어 들어 오늘처럼 모호한 안개 같은 느낌을 준다. 한 주 전에 받아놓은 계곡 트레킹이 어느새 발을 담그고 마냥 놀고 싶어지는 마음보다는 그냥 길 따라 걷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느려지는 매미의 단말마 같은 소리를 들으며, 운무에 젖다가 삼도봉에서 운해에 풍덩 빠져보는 날의 걸음걸음.

 

충청북도 영동에 있는 민주지산의 물한계곡의 트레킹이다.여름에는 산행 대신에 두 번의 계곡 트레킹을 했을 뿐인데 여름이 끝나는 걸 보면 내게는 여름도 그리 지루하지 않게 지나가는 것 같다. 계곡 입구에 있는 황룡사를 지나고 물한계곡과 삼도봉까지 약 5킬로 내외를 왕복 4시간 걸었다. 충북이라고 해서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영동에서 산으로 들어가는 길이 꼬불꼬불 한 시간은 들어간 것 같다.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운무로 변해서 우산은 접었지만 온 몸으로 깊숙이 스며드는 운무에 잠겨서 두둥실 떠다니듯이 삼도봉까지 올랐다. 삼도봉은 경상북도, 경상남도, 전라북도로 이어지는 꼭짓점인데 안개를 헤치고 삼도봉에 올랐을 때의 광경은 너무 놀라워서 일시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눈앞에 펼쳐진 운해가 장관을 이루는데 일부분이 아니라 마치 비행기에서 보는 구름바다 같았고 그 위로 솟은 봉우리들은 운해에 떠 있는 섬 같은 모습이었다. 처음으로 간 곳인데 운해 아래는 산봉우리에서 골짜기들이 어떤 형태로 흘러내렸는지 산세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참 오렛만에 선명하고 깨끗한 운해 속의 부섬 같은 풍경에 땀 흘리며 올라간 수고의 기쁨을 맛봤다.

 

삼도봉에서 더이상 가지 않고 하산하는데 운무는 더욱 짙어져 운치가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인위적으로는 할 수 없는 자연의 멋진 연출 속에서 우리는 그저 지나가는 행인으로 등장하는 조연이었고 쭉쭉 뻗은 나무들이 주연이 되는 짧은 기록영화 한 편을 만들고 돌아왔다.

 

 

계곡 입구에 있는 황룡사

 

 

음주암 폭포

 

 

 

 

민주지산 삼도봉 운해

 

 

 

 

 

 

 

 

 

 

 

 

 

 

 

 

 

 

벌개미취

꽃범 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