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 7

건원릉(태조)

가을이면 생각나는 특별한 왕릉이 있는 동구릉으로 어떤 그리움을 만나러 간다. 동구릉에는 합장릉, 쌍릉, 단릉이 있는데 태조의 릉은 단릉이다. 그래서 한쪽을 늘 그리워하는, 후대와 함께 있지만 영원한 그리움으로 굳어버린 능이 이 가을에 더욱 쓸쓸해 보이는 모습을 찾아가면 반가워하시지 않을런지......늦가을 능원 안에 들어서면 낙엽 위에 하얗게 그려진 길을 따라가는 것도 참 좋고 도심 속이지만 고요하고 한적해서 늦가을 정취를 느끼며 산책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곳이다. 여러 능침을 둘러보면서 가장 위쪽이고 오른쪽 능원 1번지 같은 언덕에 외롭게 영면하는 건원릉을 찾아가서 멀리에서라도 보고 오자며 갔는데 우연히 능침 바로 앞에까지 가게 된 날이다.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예약자에 한해서 해설자를 동반해서 능침에 오..

living note 2025.11.27

월출산의 만추

아름다움의 적은 시간이라더니, 설악에서 흘러내린 선혈 같던 단풍물결이 밑으로 내려오면서 정성껏 작은 풀포기까지 차별 없이 고이 매만지며 물들이던 가을이 남도지역 월출산에서 멎었는가. 형체도 없는 시간이 남기는 흔적을 보면서 우리는 그것이 흘렀다고 말하고 그것의 권력 앞에 어떤 위력도 저항하지 못하는 무력감을 느낀다. 그 곱던 오색단풍이 볼품없이 말라붙어 있는 산길을 오르며 바스러지는 낙엽에서 푸르던 때의 풋풋함이 아니라 마른풀의 은은한 향기가 난다.수년 전에 갔을 때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꼭 다시 가고 싶었던 산이다. 그때는 미세먼지가 심하던 날이어서 산세를 제재로 보지 못해 무척 아쉬웠는데 어제는 비교적 멀리까지 보이는 날씨여서 그날의 고팠던 풍경의 허기를 채워주었다. 국립공원은 달랐다. 정상에 ..

등산 2025.11.21

부산 승학산

어디를 여행하든 근처에 좋은 산이 있는지를 알아본다. 이번 부산여행에서도 이미 가 본 금장산, 장산 외에 사하구에 좋은 산이 있다고 해서 가는데 날씨가 너무 맑고 좋다. 부산은 어느 산을 가든 멀게 가깝게 바다와 낙동강을 볼 수 있어서 좋다. 승학산 역시 낙동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것을 볼 수 있는 풍경이 너무 좋은 산이다. 높이도 적당하고 길도 편한 소풍처럼 갈 수 있는 왕복 3시간 정도 걸리는 편한 산이어서 좋다.승학산은 구덕산과 시약산의 같은 줄기 서쪽에 있는 497미터의 산이다. 같은 줄기 같지만 봉우리가 따로 있어서 동네마다 달리 부르는 산이름이 된 것 같다. 승학산명칭의 유래는 고려 말의 무학대사가 전국을 두루 돌아다니며 산세를 살폈는데 이곳의 산세가 마치 학이 나는 듯하다 하여 승학산이라는 이..

등산 2025.11.19

부산불꽃축제

가을이 무르익은 밤하늘에 짧은 순간 꽃 피우고 연기로 변하는 불꽃이지만 강렬한 잔상을 남기는 밤이다. 처음 본 불꽃축제인데 바로 머리 위, 바로 눈앞, 바로 뒤에서 들리는 스피커의 음향효과와 와, 하는 엄청난 소리들로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는 소리의 축제 같기도 한 밤을 즐긴다.불꽃이 터지는 순간 태초의 우주 빅뱅 이 이랬을까 싶었다.불꽃들이 까만 하늘로 퍼지며 새별이 탄생할 것만 같은 모습이다.찬란한 순간순간의 연속이 오랜 추억으로 남을 축제의 현장에 엄청난 인파들 속에 있어보는 것도 참 특별한 순간이다. 어떻게 그 많은 인파가 모였는지 사람의 머리들로 채워진 것이 마치 광안리바다의 파도가 밀려와 검은 포말로 굳어진 것 같이 바닷가는 검은 모래밭이 되었다.집안에서도 볼 수는 있지만 더 멋진 현장감을 느..

living note 2025.11.15

두타산의 가을

댓재-두타산-박달령-용추폭포-쌍폭포-무릉계곡-주차장(5시간 30분, 1357미터)봄의 고고지성을 들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그 봄이 자라고 늙고 이제는 지고 있다. 계절은 태어날 때도 곱더니 한해를 다 살고 돌아갈 때도 아름다워서 추한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자연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나 보다.불교신자인 나는 두타란 이름에 끌려 무척 알고 싶고, 보고 싶은 산이었다. 어떤 모습이길래 두타란 이름을 얻었을까? 불교와의 어떤 연관성을 찾고 싶어 두타산을 오른다.부처님의 제자는 통상 1,250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중에 뛰어난 제자 10명을 10대 제자라고 한다. 그중에서 세 번째 마하가섭이 두타 제일, 즉 소욕지족의 검소한 생활에서 단연 으뜸이며 부처님 입멸하신 후에는 교단을 통솔, 부처님 말씀을 ..

등산 2025.11.14

서울남산

가을그림 속을 누비는 날, 거대한 가을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것을 보기 위해 남산으로 갔다가 나도 화려한 그림 한 폭 속에 소제로 있었다. 아무리 움직여도 그림 속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남산은 지금 거대한 화폭이 되어 있다. 수많은 인파가 그림 속에서 동영상처럼 움직이는 사람도 픙경이다.우리나라는 곳곳에 남산이란 이름이 많다. 그중에 가장 아름다운 남산은 단연 서울남산이다. 서울시민의 건강한 심장처럼 사계절 활력을 주며 심신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중요한 서울의 심장부에 존재하며 건강한 공기를 제공하고 있다. 봄에는 벚꽃이 좋고 여름엔 푸른 숲의 청량함이 좋고 가을엔 단풍, 겨울에 눈이 내린다면 사계절의 그림이 완성된다.남산의 단풍은 지금이 절정이다. 올라가는 길이 여러 개 있는데 우리는 장춘공원의 단풍이 ..

등산 2025.11.09

전북 완주군여행

완주 송광사, 위봉산성, 위봉사, 위봉폭포, 천호성지.이즘에서 한 해가 다 지나간다는 것보다 가을이 다 지나가면서 주는 아쉬움이 당장의 감성에 취해 다가올 검은 계절의 엄습은 생각하지 못한다. 그렇다. 멀리 있는 걸 초래해서 당장의 정서를 망치지 말고 내 눈앞에 있는 것을 먼저 취하고 그것에 매몰되어 다가오는 어둠의 그림자는 잊어도 좋다. 그래서 여행을 하고 여행은 내 앞에 있는 현상에만 충실해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계절엔 여행을 해야 된다.전북 완주는 여행으로 다녀본 곳이 없어 익숙한 지명에도 생소함을 느낀다. 그래서 더욱 알고 싶어 졌다. 유명하지 않아서 때 묻지도 않았을 것 같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농촌풍경을 그리며 떠나보는 여행이다. 하루에 여러 곳을 다니는 패키지여행의 깊이는 없겠지만 처음 방문하는..

living note 2025.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