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밑 제비꽃이 소담하게 모여 필 무렵 난 더 깊은 봄 속으로 들어갔다. 4월이면 벚꽃보다 먼저 생각나는 청보리 물결이 이는 가파도를 생각한다. 처음으로 가파도를 찾았던 때를 잊을 수 없는 그날, 세월호 침몰이 있어 목적지였던 제주에 이르지 못한 슬픔이 서려 있는 그 바다를 건너며 무척 아팠던 그날을 잊을 수 없다. 그날의 보리밭은 파랗다 못해 군데군데 누렇게 누워 있던 그 자리를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과 결부시키며 혼자 애도의 마음 안고 걸었다. 그런데 그 후 몇 번을 더 찾았지만 그날의 가파도만큼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약간씩 못해지는 걸 느껴야 했다. 그날따라 바람이 보리싹 위에서 초록 파도를 타며 건강하게 풍차 바람과 해풍에 춤추던 그 밭을 이제는 볼 수 없는 것일까. 두 번째는 늦은 겨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