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세미원-양수 문화체육공원-느티나무 쉼터-물안개 쉼터-두물머리-생태학습장-용늪 삼거리-건강생태마을-양수역
축제 둘째 날, 양평
남한산성에서 오후 3시 반 경에 끝나고 버스로 한 시간 정도 달려서 4시 반 경에 양수리 한화리조트로 가서 먼저 총회를 했다. 회의를 하다 보니 시간이 조금 부족한 듯했다. 총회도 처음이고 회칙도 자세히 보지 못해서 진행과정을 지켜보기만 했다. 몇몇 안건이 제의되고 회의를 했지만 결론을 단 번에 내는 건 더 거쳐야 할 단계가 있는 듯해서 결론에 이르지 못한 채 저녁 6시가 넘어서 끝이 나고 예약된 식당으로 갔다. 숙소와 식당이 다소 떨어져 있어서 버스로 이동해서 식당으로 갔다. 적당히 걸었고 시장기가 느껴질 때가 되어서 식당은 바쁘게 움직였고 주 메뉴는 오리주물럭이었는데 별난 나의 식성 때문에 메뉴 외에 도토리 전을 별도로 시켜서 먹었는데 추가 요금이 생겼지 싶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다시 버스로 이동, 땀을 씻을 시간도 없이 짐만 들여놓고 회의장이었던 세미나실로 다시 가서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가졌다. 그것 또한 진행자의 사정에 따르다 보니 마음이 바빴다.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했는데 게임을 해서 상품을 타는 즐거운 시간이 되고 피로도 날리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먼저 연습게임을 하고 풍선을 불어서 뒤로 뒤로 돌리는 시간이었는데 그 풍선이 나한테서 터질까 봐 풍선을 바로바로 넘기는데 풍선이 그렇게 무섭기는 처음이다. 뭐 한 가지 할 줄 아는 게 없는데 게임에 걸릴까 봐 겁이 났지만 다행히 걸리지 않고 다른 사람의 민첩한 게임을 즐겨보면서 오랜만에 크게 웃었다.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남자가 "사랑해"하면 여자가 받아서 "미쳤어"하는 건데 다소 민망하기도 했지만 너무 재미있었다. 마치 싫다는데도 들이대는 것처럼 사랑해라는 말을 화난 말투로 할 수 없으니 웃으면서 "사랑해"하면 "성난 목소리로"미쳤어"해야 하니 이긴 건 여성 쪽이었다. 그다음 게임은 몸으로 말하는 게임에서 처음에는 잘 표현된 몸짓이 뒤로 넘어갈수록 변질되는 동작이 배꼽을 잡게 했다. 모두들 시키는 데로 잘했는데 만약에 내가 걸렸다면 난 도망갔을 것 같았다.
하루 일정이 끝나고 아침식사는 간편식으로 하고 8시에 출발해서 세미원으로 갔다. 세미원도 처음 가는 곳인데 연꽃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제철이 아니어서 어떨까 싶었는데 그런대로 다른 꽃도 많고 아름다운 조경과 연지에서 이제 막 싹 틔운 연잎이 미소를 짓는 모양으로 태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연의 죽음과 태어남이 화려한 연꽃 속에 묻혀 아름다움만 보았는데 연의 일생을 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꽃이 없는 연지는 여느 밭처럼 베어낸 자리를 말끔히 털어내고 밭을 갈아서 고운 흙으로 이랑을 만들지 않아서 죽은 꽃대와 씨방들이 어수선한 구정물 밭이었다. 그런데도 때를 기다린 연이 살아나 꽃을 키우면 감쪽같이 꽃만이 물 위에서 곱게 피어 있으니 언제나 고운 줄만 알았다.
연은 제 몸에 구멍을 숭숭 내는 골다공증을 안으로 삭히면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걸 보면 우리들의 어머니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모든 걸 다 내어주고 자신은 흙탕 속으로 다시 잠겨버리는 숭고한 정신과 헌신적인 모정 같은 꽃에서 배움의 길이 있는 자연현상이다. 그뿐 아니라 꽃잎에 물이 차면 미리 쏟아서 넘치지 않게 하는 중도의 사상을 지니고 있어서 불교의 자성을 잘 표현하고 있는 모습이 그냥 꽃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교훈을 주는 꽃이다.
세미원을 지나 거쳐가는 오늘의 여정이 너무 좋았다. 두물머리 지점도 처음 가보고 갈대습지와 드넓은 수변공원의 산책길이 너무 좋아서 양수역을 지나 식당까지 걸어도 지루하지 않았다. 같은 방향에 기차가 달리고, 자전거가 달리고 우리와 함께 가는 세 가지의 속도감을 비교하면서 가는 길도 풍경이 되었다. 어떤 회원은 동심이 발동해서 풀피리를 만들어 불면서 걷는 동안 가락 없는 소리지만 청아한 소리를 내는 어느 소년과 함께 있는 느낌을 주어서 걷는 내내 참으로 즐거웠던 길이었다. 일정의 여정이 끝나고 식당에 갔는데 음식마저 마음에 들어서 시작과 끝이 다 좋았는데 이건 오직 내 생각일 뿐 참여해주신 여러 회원님들은 부족하고 실망한 부분도 없지 않았을지도 몰라서 자화자찬 같은 죄송한 생각으로 마친다.
이틀간 함께 참여해 주신 각 지부의 회원님들께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그리고 경기지부 지부장님과 총무님께도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어요.
내년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합니다. 먼 길 와주신 제주지부의 회원남들
잘 가셨는지요?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숙소인 한화리조트의 아침
장독 분수대에서 아름다운 표정
제주지부 회원님들
꽃 같은 여인들
미소 짓는 입모양
태어남이 고통인 사바세계를 웃으면서 태어나는 연의 숭고함.
처음 보는 모습이다. 씨앗을 담고 있을 때는
밑으로 향하고 씨앗을 다 쏟아내고 나면 위로 향하는 연밥이라고 하는 씨방이다.
자식을 키운다는 건 어쩌면 무거운 짐일 수도 있고 할 일 다 하고 나면 홀가분해서
물 위에 편하게 떠 있는 삶의 과정일 수도 있겠지, 누군가는 자식을 키운다는 건 천일염보다 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