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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천리길 축제

반야화 2019. 10. 20. 11:47

제2회 강원도 인제 천리길의 축제와 제주올레 강원지부의 정모를 겸한 행사가 있는 닐이다.

어떤 큰 행사을 앞두고 있을 때 가장 걱정되는 것이 날씨인데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찬조를 보내고 있는 것이 하늘이다. 새벽에 일어나서 준비해서 별 보고 나가는데 집 뒤에 있는 산의 검은 실루엣이 선명한 걸 보니 날씨가 아주 맑으려나 보다 하면서 들뜬 기분으로 출발했다. 토요일이고 단풍철인데 날씨가 좋으니 나들이 차량이 엄청날 것 같지만 어쩌면 날씨가 좋다는 것은 셀 레러 맨에게 한 주에 주는 가장 좋은 선물이 아닐까 싶어 힘들게 한 주를 버티어 온 사람들에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싶다. 아니나 다를까 강원도로 떠나는 길은 초입에서부터 속도를 내지 못하더니 춘천을 지나서야 겨우 달리는 듯했다. 아무래도 예정된 행사 진행에 지각을 할 것 같았는데 한 시간이나 늦게 도착했더니 식전행사도 끝이 난 것 같았고 도착하는 순서대로 회장님의 당부말씀을 듣고 우리 경기지부 팀은 차도를 따라 우선 올라가다 보니 차도 아래가 우리가 오늘 지나가야 할 계곡 따라가는 길이다. 은비령이 어디인지 어떻게 가는지 모르고 숲 해설사를 따라간다.

 

은비령 길, 인제 천리길 10코스이며 총길이 약 12킬로 군량 분교에서 필례 계곡을 지나고 대목령(은비령)을 넘어서 한계리까지 이어지는 길이지만 돼지열병 때문에 축소해서 이번 행사에서는 대목령까지만 가는 약 8.5킬로의 길을 간다. 인제 천리길은 오지길이어서 매력 있지만 접근이 용이하지 않아서 아무 때나 갈 수 없는 길이다. 일 년에 한두 번 가는 길인데 마침 전형적인 우리나라 가을 날씨다. 시작점에서 가는 길은 차도를 따라가다가 바리케이드를 넘어 계곡으로 바짝 근접해 가기도 하고 다시 차도 갓길로 가야 하는데 몇 번이나 차도와 계곡을 넘나들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거듭 말하는 더없이 투명하고 먼지 한 톨 없는 면경 같은 날씨여서 가면서 막히던 찻길, 휴게소에서의 긴 줄, 그 모든 불편함은 아름다운 가을을 즐기기 위해서 치러야 하는 대가였다.세상에 댓가 없이 얻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

 

길을 가는 도중에도 필례 계곡은 마치 설악의 높고 깊은 자락에서 붉은 물이 흘러내려 혈흔이 섞여 흐르는 계곡 같이 붉고 아름다워서 찬연한 수채화 같은 걸개그림이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얼마나 깨끗하고 윤기 나는 단풍인지 마치 금방 그려 놓은 벽화처럼 때 묻지 않아서 곱고 예뻤다. 그런 길을 가는데 소리 없는 휘파람이 입 안에서 요동을 치면서 가슴을 뛰게 했다. 단풍도 가을꽃인데 봄꽃처럼 가장 먼저 만날 때가 가장 반갑다. 자꾸 보다 보면 당연히 피어 있는 것 같아서 보는 마음이 무디어지지만 올 가을에 가장 먼저 대면하는 단풍과의 만남이 너무 황홀했다.

 

인제 천리길 축제에 참석 인원이 700여 명이나 되었다니 준비하는데 무척 힘들었을 것 같았다. 신경 써야 할 일들이 참 많았을 텐데 준비하고 도와주는 여러분들이 차질 없이 행사를 치러 내는 힘에 놀랐고 음식이며 부대행사가 다채롭고 훌륭해서 다시 놀라운 광경이었다. 점심으로 먹었던 황태국밥도 너무 맛있었다. 정갈하면서 담백한 맛이 좋아서 포만감이 힘들 정도로 잘 먹었다. 시작도 지각, 끝도 지각이었지만 짧은 시간 알차게 잘 마치고 돌아오는 길도 아침과 다르지 않아서 몇 시간 행복하기 위해서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 언제나 몸에 무리를 주지만 가장 좋은 날에 있었던 가을 나들이어서 행복한 순간에 있었던 하루였다.

 

행사장 주변

필례 계곡으로 접어든다.

계곡 따라 걸 보면 다른 방향에서 합류하는 계곡이 있는데 점봉산 방향에서 흘러내리는 작은 원진계다.

필레 계곡과 차도를 번갈아 걸으며 들락날락하면서 걷는다.

필레 계곡의 단풍이 맑은 날씨에 더욱 빛난다.

 

큰 원 진계인데 필례 계곡 따라가는 길 도중에 점봉산 쪽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이 필례 계곡으로 합류한다.

 

 

 

 

 

 

필례 5단 폭포라고 하는데 지금은 폭포라고 하기엔 미약한 낮은 두 단이 폭포라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필례 단풍길의 터널이 짧지만 강렬한 단풍길이다.

 

차도에서 왼쪽 길로 접어들면 필례 단풍길을 지나서 약수터가 있고 조금 더 오르면 필례 온천이 있는 곳에서 공연과 행사장에서 열리는 축제가 진행되고 한쪽에서 점심을 준비해서 내어 놓으면 공연장 마당에서 황태국밥과 부추전, 막걸리 등의 메뉴로 맛있는 점심을 먹는다. 그 외도 부대행사로 꽃차를 끓여주고 준비된 게 많았는데 점심 먹고 돌아갈 길이 바빠서 충분히 즐기지는 못했다. 지금 생각하니 오직 가을 풍경에 빠져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행사 장면을 담는 데는 소홀해서 후회가 된다. 이곳은 행사장에서 보이는 가리산의 원경이다.

 

 

 

가리산 방향에서도 이쁜 계곡이 흘러내리고 단풍이 한창이다.

 

 

 

은비령(대목령)으로 오르는 길, 은비령이란 명칭은 이순원의 소설 은비령의 배경이 되는 곳이어서 은둔의 땅 같은 깊은 곳의 지명으로 알려진 가상의 이름이고 필례 사람들은 대목령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화전민들이 숯을 굽고 생활하던 터만 남은 필례 마을에서 잠시 쉬어간다.

묵은 낙엽이 특이하게도 벌레 입자 욱이 유난히 많은 걸 볼 수 있다. 다래 넝쿨이 많은 걸 보면 벌레들이 좋아하는 다래 잎이 많아서 벌레들의 풍부한 양식이 되었던 것 같다. 길 전체에 구멍 뚫린 낙엽들이 깔려 있어 그게 눈에 띄었다.

 

잠시 쉬어서 다시 은비령이라고 하는 대목령을 향해서 오른다.

대목령 고개에 올라서면 오른쪽으로는 한계령이 이어지는 길이고 왼쪽으로는 가리산으로 오른다. 인제 천리길 10코스인데 대목령을 넘어서 더 이어지지만 돼지열병으로 인해서 축소되고 대목령에서 정점을 찍고 일부는 오르던 길로 되돌아 내려가고 일부는 가리산 방향으로 올라서 멀리에 보이는 한계령의 풍경과 점봉산의 원경을 조망한 뒤 약간 돌아서 하산하면 오르던 길로 들어서서 행사장으로 내려갔다.

 

 

 

가리산 길인데 좀 더 높이 오르고 싶었지만 가이드를 따르다 보니 중간 정도의 산허리를 돌아 내려가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한계령의 원경을 줌으로 찍어봤는데 시야가 많이 가려서 원하는 장면은 아니지만 단풍 적기여서 이렇게 맑고 깨끗한 날의 주말인데 등산객이 행복한 산행을 하고 있을 것 같은 상상만 했다.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 멀리 바라보이는 한계령 쪽과 귀때기 청과 서북능선 쪽이 보이는데 오늘 볼 수 있었던 가장 좋은 풍경이다.

귀떼기청과 서북능선의 원경

 

 

 

 

푸른 하늘과 흰구름, 역광의 산줄기가 환상적인 조합을 이룬다. 마치 산군이 하늘을 떠받치며 고이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

빈 나뭇가지는 이미 가을이 다녀간 듯이 잎들을 떨구고 엄습해 올 추위를 직면하고 있는 듯하다.

 

가리산의 단풍도 최 절정이다.

 

하산 길에 계곡을 건너는데 물이 너무 맑아서 계곡 같지가 않게 단풍잎으로 장식하고 구름을 담아서 흐르는 걸 잠시 잊고 한가로이 놀고 있다니 본연의 성품을 망각한 듯하다. 아름다운 가을 한 폭을 떼어서 물에 띄우고 있다. 자연도 이러한데 하물며 감성 짙은 인간의 마음이야 오죽하랴!

 

한계령이 깨끗하고 멋스럽다. 이 시점에 내가 있어야 할 저곳이 왜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는가. 단풍도 꽃이어서 열흘을 넘기면 꽃 지듯이 질 텐데 저 먼 곳에 언제 가서 함께 물들어볼까, 설악의 거센 바람이 그냥 두지 않을 것 같아서 마음만 초조하다.

 

 

 

대목령에 자생하는 분홍 복주머니 난의 그림과 박제된 산양도 전시하고 있다.

 

 

산자락에 자작나무의 군락이 넘어가는 빛을 찬란하게 받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