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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씨가 된다.

반야화 2019. 2. 26. 12:35

나의 생일날,

세상도 바뀌고 풍속도 바뀌고, 어쩔 수 없이 세상 사는 일이나 가정사나 다 시류를 따라가나 보다. 한편으론 그렇게 잘 따라가는 것이 잘 사는 것이기도 하다. 딸만 둘 있는 나에게 언젠가 둘째 딸 밥을 챙겨주면서 했던 말이 씨가 될 줄이야, "이렇게 아무것도 할 줄 몰라서 나중에 엄마가 아파도 죽도 못 얻어먹겠다." 했더니 잠시도 머뭇거림 없이 바로 답이 튀어나온다. "사위한테 얻어먹으면 되지"한다. 그 후 세월이 몇 년 흐르고 결혼한 지 이제 3년 차, 결혼 후 처음으로 생일을 맞았을 때 둘째가 집으로 초대를 했다. 무척 궁 궁한 마음 가득 안고 들어갔더니 거하게 생일상이 차려져 있었고 사위는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 일이었지만 민앙했다. 상위에는 미역국, 불고기, 계란말이 각종, 나물 조림 등등이 있었는데 육식을 안 하는 나를 위해 모시조개를 넣고 미역국을 끓였고 다른 식구들을 위해 불고기도 있었다. 나뿐 아니라. 언니와 형부 생일까지 결혼 첫 해는 둘째네 집에서 차렸다. 그렇게 2년을 했는데 딸이 차리는 것도 아닌데 미안해서 다음부터는 밖에서 하자 했더니 결혼 후 3년째 이번에는 워커힐호텔 피자힐에서 특별한 피자를 먹는 거로 대신했다. 예전 같으면 부모의 생일에는 거한 아침상을 밭는 게 당연했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 당일 아침에 생일상을 차리고 가족이 함께 밥을 먹는 건 꿈같은 일이다. 날짜를 당기거나 미루어서 주말에나 다 같이 모일 수 있으니 할 수 없는 일이다.

 

말이 씨가 된다는 걸 경험하면서 살았다.그래서 자식에게는 욕을 힐 때도 "야, 이 잘 될 놈아"라고 하라잖아. 자취 경험이 있는 사위는 누구나 잘하는 걸 하면 된다는 주의다. 대신 딸은 여자의 평생 과제 같은, "오늘은 뭐해먹지"하는 고인을 안 해도 되니까 얼마나 좋을까 싶다. 어느 날 퇴근하니 먼저 온 신랑이 맛있는 감자전을 부쳐놓고 기다려줄 때 행복했다 하니 형편에  따라 삶의 도식 같은 건 깨어버리고 어떤 방법이든 본인들의 방식대로 행복하다면 잘 사는 거라 생각된다.

 

내가 피자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생일음식으로 피자라니, 좀 우습기도 한 일이지만 분명 특별하기는 했다.피자힐은 예약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가격이 어느 생일상 보다도 비쌌다. 비용이 25만 원. 그중에 놀라운 건 콜라 한 잔에 9000원 맥주 한 잔에 17000원이다. 미식가도 아닌 내 입맛엔 솔직히 피자맛이 특별한 줄은 잘 모르겠고 파스타는 좋아하지도 않아서 만족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왜 그렇게 가격이 비싸냐고 물었더니

딸이 "엄마,이거 다 이 장소에서 즐기는 뷰 값이야" 한다. 그래서인지 주로 가족들이 많았고 넓은 공간이 꽉 찼다. 그래서 밖을 열심히 내려다봤다. 한강이 멋지게 내려다 보이는데 이 날따라 물빛도 더 푸르게 보이고 롯데타워와 강 건너편 천호동 일대가 다 보였다. 겨울이 아니었다면 뷰 값을 치를 만도 했다. 식사가 끝나고 산책할 곳도 너무 좋고 공기도 좋고 나무랄 데 없는 장소였다

 

식사 후 조금 아래로 내려가니 고택인지 그렇게 꾸민 것인지 기와집으로 된 `기와 모던카페`가 있어서 들어갔더니 여기도 안에는 자리가 없어 정원에 있는 고목의 참나무 아래 별도의 야외 카페가 마련되어 있는데 이곳 역시 워커힐만큼이나 경치가 좋다. 선물로 받은 카메라를 테스트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면서도 스쳐가는 서울의 풍경을 담았는데 사진은 만족하게 나와서 좋았다.  어디서 무엇을 먹든 가족이 함께라는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딸들, 고맙다. 그리고 행복하다.

 

 

 

피자힐 메뉴

워커힐호텔의 피자힐에서 바라보이는 한강의 뷰

롯데타워도 보이고....

 

 

천호대교 건너편

달리면서 찍은 차창밖 서울거리

 

워커힐호텔  아래 있는, 기와모던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