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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17년

반야화 2024. 11. 12. 20:09

블로그를 시작한 지 십칠 년, 작은 세월이 아니네. 십 년이란 시간을 내다보면 아득할 때도 있지만 뒤돌아보니 순식간에 지나온 것 같다. 처음엔 별 뜻 없이 일기 쓰듯 했던 것이 날이 갈수록 사이버세상의 내 집에 대문이 열리고 누군가 불쑥 들어와서 살펴본다는 것을 알고 나니 한 줄이라도 성의껏 써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조금씩 블로그란 것을 알아갈수록 얼굴은 모르지만 교류가 생기고 친해지고,  친해지다 보니 비슷한 성향끼리 더러 만남도 있었다. 지금도 그녀의 근황이 궁금하다. 시간이 많이 지나다 보니 문을 닫은 사람도 있고 찾을 수도 없어지고 연락이 끊기기도 했다. 물론 그건 나 때문이기도 하다. 언젠부턴가 들어오는 사람들이 흔적만 남기고 실제로 내용은 보지도 않는다는 걸 알게 되니 점점 교류에 대해선 소원해지기도 해서 나 역시 다른 왕래를 하지 않게 되었음을 고백한다.

사이버세상에 내 집이 있다는 것이 참 좋다. 내 마음밭을 가꾸어나가는 것도 좋고 여행을 하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 어디를 갔다 왔는지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모를 수도 있는데 또 하나의 나의 집을 기록으로 빼곡히 채우다 보니 궁금하거나 다시 보고 싶어질 때 찾아보는 재미가 너무 좋다. 그런데 분량이 많아지다 보니 찾아보는 것이 쉽지 않은데 내가 쓴 것이 검색이 잘 안 되는 문제가 있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검색이 안 되는 것이 많아서 어떤 때는 연도를 가지고 쭉쭉 스크롤을 내리면서 찾을 때가 있다.

요즘은 대문은 열어둔 채 나만의 추억이 될 수 있도록, 어느 날 대문에 빗장을 걸더라도 지나온 자취를 뒤적이면서 나의 삶을 되새기고 음미해 보자는 뜻으로 일상을 쓰고 있다. 그러다 보면 어쩌면 내 삶을 더 윤택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잘 살려고 노력할 것 같아서 그것 또한 좋은 일이다. 언제까지 이어갈지는 모르지만 내가 활동할 수 있는 그날까지 최대한 이어가고 싶다. 그래서 오블완에 도전도 하고 시간이 촉박할 때도 있을 것 같지만 노력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