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자연학교 현장체험

반야화 2026. 5. 30. 13:49

오월의 가장 맑고 좋은 날 우리들의 자연학교는 명승지를 찾아 문경새재로 상반기 체험학습을 떠난다. 명색이 학교인 만큼 장소를 학문의 길, 선비의 길을 선택해서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며 걷는다.

살다 보니 학문이라는 것이 글로만 하는 게 아니라 살만큼 살고 나면 경험과 지혜가 때로는 학문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을 뒤따라오는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바로 학문의 길에서 만들어가는 삶의 완성을 모범으로  보여주며 우리방식의 노후대책을 세운다. 재물로 노후대책 세우지 말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면서 잘 노는 것이 노후대책이란 걸 알려주고 싶다. 잘 노는 게 쉬운 것 같지만 일을 안 하는 놀음이 아니라 나에게 즐거움이 되게 놀 줄 아는 것, 그게 몇 가지 조건이 따르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러 역할이 끝난 우리는 어떤 울타리를 벗어나 놓여만지면 잘 놀 줄을 안다. 바로 자연에서 배우고 자연과 더불어 동화될 줄 안다는 것이다. 온갖 없는 기념일을 만들어서 놀거리를 찾아 추억을 엮어나간다.어느 날 삶의 정지가 졸업이 되는 그날까지 자연학교 학생으로 아름답게, 지는 노을의 여운이 아름답듯이 그렇게 살고 싶다. 훗날 생의 졸업이 다가와도 산과 친해지면 산에서 잠드는 것에 거부감이 없을 수도 있으니 미리 산과 자연을 친구로 만들어두는 건지도 모른다.

글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
누구나 읽으면 내가 보고 온 현장의 그림이 연상되는 그런 작용이 되도록. 그러나 어휘력의 한계를 느끼는 나로선 밑그림조차 어렵다. 글의 묘사가 드로잉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주흘문에 들어서면 새재길을 중심으로 천 미터가 넘는 산줄기가 병풍처럼 싸고 있는데 오른쪽이 주흘산능선의 여러 봉우리들이 이어져 있고 왼쪽으로는 조령산의 줄기가 이어져 있는 가운데 두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한 곳으로 모여 마르지 않는 큰 계곡이 되어 흐른다. 제3 관문 아래에 있는 낙동강 발원지에서 흘러내릴 것 같은 맑은 물줄기가 왼쪽에는 계곡을 형성하고 오른쪽으론 보는 것만으로도 삶의 묵은 때가 다 씻겨질 듯한 도랑물이 어찌나 바쁘게 흐르는지 막을 수 없다. 잠시 도랑에 들어서 발로 막으면 거세게 무릎으로 치고 올라와 비키라고 소리친다.


관광용 전동차와 여행자가 다니는 길은 얼마나 곱게 다져졌는지 마침 전날 비까지 내렸으니 촉촉하고 매끄러운 흙의 감촉은 비단결 같다. 그뿐 아니라 푸르른 숲과 물과 흙에서 끊임없이 생산되는 질 좋은 일급공기는 들숨과 날숨이 느려졌다 바빠졌다 하면서 앓던 속병있어도 다 치유가 될듯하다. 좋은 친구들과 좋은 길을 함께 걸으면서 춤을 춘다.


길을 가면서도 뭔가를 많이 살피는 것을 공부로 생각하고 좋아하는 우리의 눈에 보이는 새재길의 양쪽에는 엄청난 반석과 석벽들이 많고 매끈해서 누구나 시 한 수를 새겨놓고 싶은 백지와 도화지 같은 것들이 많아 역시 선비들의 길이 맞는구나 싶었다. 얼른 보면 모든 석벽에 보이지 않지만 마치 마모된 글자들이라도 있는 갓 같은 착각이 들정도며 건너편 계곡에는 크게 새긴 각자도 있다. 매끈한 석벽이 아까웠는지 어떤 곳에는 비석을 바위에 새겨놓은 곳이 몇 있다.

흐르는 물이 아까워서 물레방아를 돌린다.

길을 걷다가 오른쪽으로 약간 들어가면 이 또한 엄청난 바위가 있다. 이름이 무주암인데 주인이 없어 누구든지 올라가면 주인이 된다는 뜻이란다. 어제는 우리 것이었는데 오늘은 또 누구의 것인지 모르지. 크기가 대지 열 평정도 되어 보인다. 집을 한 채 세워도 될 만큼 크다. 길만 보고 가지 말고 고개 들어 앞뒤좌우를 보면서 걸으면 덤으로 얻어지는 가치 있는 것들이 많다.

무주암의 일일 주인들.

조령원터, 조령관문 제1 관문과 제2 관문 사이에 있는 고려와 조선조가 공용으로 쓰던 관리들의 숙식 편의를 제공하던 곳으로 넓은 공터로 있다.


주막집, 주막으로 이용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쁜 집이다.

교귀정, 이곳은 조선시대 임금으로부터 명을 받은 신, 구 경상감사가 업무를 인수인계하던 교인처로 1470년경 성종초에 건립되어 지속적으로 사용되어 오다가 1896년 3월 의병전쟁 시 화제로 소실되었다가 터만 남은 것을 1999년에 매년 경상감사 교인식 재현행사를 거행한다고 한다.




기도굴

산으로 약간 올라가 거대한 바위를 돌아가면 기도굴이 있다.



기도굴은 큰 바위를 돌아 뒤쪽에 바위 밑으로 넓은 굴이 있다. 이 돌은 마치 기도굴의 대문같이 생겼다.


조곡폭포, 4단 폭포가 멋지게 흘러내린다.


새재 제2 관문, 여기까지 왔다가 돌아가기에 시간상 딱 알맞다.

제2 관문 안에는 평상과 반듯한  앉을자리가 많은데 다듬어진 것보다 더 좋다. 새재에는 돌들조차 다 반듯반듯하다. 장원급제를 한 선비들이 놀던 자리여서 급이 다를지도.

물 좋고 정자 좋은 요산요수의 이 길을 넘나들던 선비들의 흥취가 아직도 그 향기가 남아 있는 참 놀기 좋고 풍경 좋은 최고의 길이다 뭐 하나 나무랄 게 없다. 면경 같은 맑은 물에 술잔대신, 꽃잎대신 흙 묻은 신발을 띄워도 마음은 술진인 듯, 꽃잎인 듯 즐겁기만 하다.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려본 드라마 세트장, 사극을 촬영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설치된 곳이다.





꽃반지 끼고.....

토끼풀 꽃도 뜯고 네 잎짜리 행운도 찾는다. 돌아가는 길에도 그낭 지나치지 못하고 조령원터에서 토끼풀을 뜯어 화관을 만들고 꽃반지를 만들어 끼고 재미있게 놀다간다. 놀 줄 아는 친구들.


돌아가며 클로버화관을 썼더니 향기가 너무 좋다.

새재에는 소나무도 키가 크고 몸통도 굵은 것이 아주 건강하다. 물이 좋아서 길가에 나무들이 다 잘 자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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