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모녀여행1(타이루거 협곡)
우리끼리의 행복한 여행이다. 여행이란, 노는 걸 일하 듯하는 거, 고생 반 행복 반, 그러나 기꺼이 감수하는 자의적 고생이다. 큰딸이 힘든 프로젝트를 완성하느라 1년이 걸렸다. 별 보고 나가서 별 보고 들어오는 딸을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안쓰러웠는데 본인은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싶었더니 좀 쉬고 싶다며 동생과 의논해서 이틀씩 휴가를 내고 3박4일간 세 모녀가 대만으로 여행을 갔다. 장소는 오직 엄마에게 맞는 곳을 골랐다. 음식이 까다롭고 산을 좋아하는 엄마 때문에 대만으로 결정했지만 다녀오고 나니 선택이 참 좋았다는 생각은 똑같았다. 우리는 각자 역할 분담으로 큰애는 경비지출 담당,작은애는 길 찾기 담당. 난 공짜로 누리기.
일정별로 첫날, 오후 4시정도에 루저우에 있는 시티파크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바로 세계 10대 레스토랑인 딘타이펑 본점에 갔다.전 세계에 지점이 있으며 뉴욕타임스에서 10대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곳이란다. 우리나라 명동에도 지점이 있다.타이베이에 가면 꼭 그곳에 음식을 먹어봐야 한다면서 갔더니 명불허전, 길게 늘어선 줄이 그걸 증명했다.메뉴는 샤오롱바오, 딤섬, 왕만두 볶음밥 등 다양한데 이중에 샤오롱바오를 딸들은 맛있다고 했지만 난 아무런 표현을 하지 않았다. 음식마다 향료가 들어 있었고 육류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4일 동안 먹은 음식들이 전부 간이 짜서 나에게는 맞지 않았다. 그다음엔 지하철을 타고 유명한 룽산쓰 절에 들렸다가 근처에 야시장을 돌아보고 왔다. 일정이 짧기 때문에 둘러보기에 편리한 코스로 짜야했다.
둘째 날은 하루를 다 써야 하는 코스이기 때문에 다른 일정 없이 국립공원인 타이루거 협곡을 보고 돌아오면서 유명한 찹쌀떡 가게에 가서 맛도 보고 몇 가지 샀는데 너무 다양한 맛과 모양이 일픔이었다. 타이루거는 화렌에서 택시투어로 왕복 약 5시간이 소요되었으며 비용은 7만 원고 다행히 영어를 할 줄 아는 아저씨를 만나서 편하게 볼 수 있었다. 가다 보니 길은 험하고 인도가 없는 2 차선이라 중간중간 차를 세우고 경치를 볼 수 있도록 좁은 공간만 있어서 택시가 아니면 힘들 것 같았다. 버스는 예약을 해서 인원이 차야만 운행을 하는지 많이 다니지 않았고 걸으면서 보는 건 불가능했다.
타이루거 협곡은 원주민이 살던 곳의 지명이며 타이루거에서 출발해서 텐샹까지 중 부헝관궁루 약 19킬로미터까지의 구간이며 중 부헝관궁루는 타이완을 동서로 관통하는 중부 횡단 고속도로다. 이 구간은 해발 3,800미터의 산과 바위가 첩첩이 둘러싸고 있는 전체가 웅장한 대리석 협곡이었다. 이 협곡에 언제 길을 만들었는지 모르나 길고 험한 곳을 인력만으로 공사를 했다니 많은 인명피해가 있어서 산 중간쯤에는 그들을 위로하는 사당이 세워져 있었다. 산이 수직으로 3000미터를 넘으니까 계곡에서부터 정상까지 카메라에 담을 수가 없었으며 눈으로 보는 것만큼의 비경을 다 담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계곡물은 석회암이 녹아내리는 물이라서 맑지 못하고 회색빛인 것이 흠이었다. 그 크고 긴 산이 전체가 대리석이었으니 관광자원이 아니라면 아마도 채굴이 되어서 수출로 외화벌이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몇 군데는 아직도 그 흔적이 보였다. 택시 아저씨 말로는 한국 티브이에서 "꽃보다 할아버지"라는 프로그램이 있은 뒤 관광객이 엄청 많이 늘었다고 했으며 한국인 3명이 협곡의 정상에 올랐다고 했다. 어딜 가도 한국인은 참 별나고 대단해. 아슬아슬한 협곡을 흐르는 리우 강의 물이 맑았다면 금상첨화일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으며 그 강이 끝나는 지점에는 바다로 이어져서 바로 흘러들었다.
하루에 걸어서 왕복 5시간이라 해도 딸들에겐 엄청 긴 구간인데 택시로 5시간이라면 협곡이 얼마나 긴 구간인지 놀라운 곳이지만 경치가 너무나 신비롭고 대단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리고 나올 때는 숲을 걸을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잠시 산책을 했는데 향기로운 길이 산 중턱에 아찔하고 좁다랗게 있었지만 위험하진 않아서 도란도란 모녀의 담소가 있는 또 하나의 묘미로 느껴졌다. 내일은 역시 국립공원인 양명산 일대를 보러 간다.
멀리 폭포가 흐른다.
터널에서 돌이 떨어질 위험 때문에 철모를 써야 함.
두 사람의 옆모습
룽산쓰 근처 야시장
다채로운 색깔의 열대과일 이 중에 가장 맛있는 건 초록 포도 같은 못났지만
아주 맛이 좋은 이상한 이름의 (쓰자).
룽산쓰 절, 1738년에 건립된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된 절이다. 불교, 도교, 유교, 민간신앙이 함께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이며 여러 신을 모시고 있다. 제2 차 세계대전 때 공습이 발생하면 이곳을 피난처로 삼았는데 하루는 개미들이 몰려들어 피난 온 사람들을 견딜 수 없게 해서 모두가 돌아간 뒤 그날 저녁 폭격이 있었지만 룽산쓰 중전은 완전히 훼손되어도 주불인 관세음보살님은 멀쩡했고 개미 덕에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는 기적적인 일화기 전해진다. 그래서 룽산 쓰는 타이베이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이며 큰 일을 결정할 때 꼭 이곳에서 기도를 올린다고 한다. 정교하고 화려한 조각이 감탄스러웠다.
타이베이 고궁박물관(구궁 보우 위안)
이곳엔 중국 송대, 원대. 명대, 청대 황실의 궁정 유물 69만 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5대 박물관 중의 하나로 유명하다. 유물이 너무 많아 3개월에 한 번씩 교체 전시를 하는데 모두를 다 보려면 30년이 걸린다고 한다. 프랑스 루브르, 영국 대영 박물관만큼이나 유명한 곳이란다. 타이베이는 박물관 수입이 엄청나겠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려 들어서 제대로 관람을 할 수가 없어 아쉬움이 남는 곳이다. 가장 진귀품이 전시된 3층에서 겨우 보물들을 보고는 더 이상 볼 수가 없을 정도로 공기가 탁했다. 단체 관람객들은 보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박물관만(장소) 보는 것 같았고 뒤에 선 사람은 그냥 따라다니기만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자국에 돌아가면 박물관에 갔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보물들은 눈부시게 아름답고 정교하고 찬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