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사계

화순곶자왈

반야화 2020. 5. 2. 14:07

제주지역은 도심을 벗어나면 다 숲이고 숲은 거의 곶자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곶자왈이 많다. 내가 가 본 곶자왈 중에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저지 곶자왈이고 가장 좋은 곳은 이번에 처음 가 본 화순 곶자왈 같다. 안덕면 화순리에 있는 곶자왈인데 숲 속에 산책로가 많고 약간씩 오르내리는 길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숲을 걸을 수 있다. 몇 개의 길을 다 걷다 보면 하루를 숲 속에서 시간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길이 잘 조성되어 있고 봄인데도 숲이 꽉 차 보이는데 한창 꽃 피우고 있는 보리수나무 향기가 얼마나 좋은지 오월에 상산 향이 있다면 사월에는 보리수나무 향이 숲을 감싸고 있어 마치 향수 통 속을 걷는 듯했다. 보잘것없는 꽃이 그토록 진한 향기를 지닌 것은 눈에 잘 띄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 싶다. 어디선가 향기가 너무 좋은데 주위에 꽃이 잘 안 보여서 혹시나 하고 보리수나무 꽃을 코에 대고 향기를 맡아보았더니 바로 그 향기였다. 잎 하고 꽃이 색도 비슷하고 작은 꽃이어서 향기로 벌을 유혹하는 모양이다.

여름에는 곶자왈도 모기가 많아서 불편하지만 사월 말의 곶자왈 속에는 연초록 새싹이 자라고 길에는 앙증맞은 야생화가 피어나서 밟지 않으려고 애써야 할 정도로 꽃천지다. 숲의 식구들은 다 행복해 보인다 새들이 노래하고 작은 돌 하나에도 다 이끼류가 파랗게 장식을 해 두었고 나무와 덩굴은 불가분의 관계처럼 공생하며 한 몸처럼 살지만 내탓네탓 하지 않고 잘 사는 걸 보면 식물의 모범 사회생활 같다. 친구들과 천천히 숲을 걷다 보면 도란도란 나누는 정담에도 향기가 깃들고 잠시 한 호흡 멈추어도 숨차지 않을 정도로 숲이 대신 호흡을 해주는 것 마냥 상쾌하고 향긋하다. 돌 틈 사이로 올라오는 정화된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는 나무와 나무를 감고 오르는 덩굴들이 잘 어울려 멋진 숲을 이루고 있는 곶자왈 속에 있으면 심신도 함께 정화되어 심성도 착해질 것 같았다.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숲을 닮으면서 살고 싶다.

화순 고자왈을 찾아가는 차도.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

 

 

 

 

갈라진 길을 걷다 다시 만나도 좋은 길에서.....

 

숲에 비해 사람이 너무 작게 보인다.

 

 

 

 

이 모습이 곶자왈의 전형이다.

 

 

죽으면 죽으데로 다 자연이다.
숲 속에서 차 한 잔,이 얼마나 향기로운 일인가!

 

탱자꽃도 이쁘기만 하다.

 

 

 

 

 

 

돌들은 무심하고 생명이 없지만 제주의 돌들은 다르다.생명이 자라는 모체가 되어주는 힘이 되고 바탕이 되어준다.

 

나무를 헤치는 게 아니라 어쩌면 이쁜 옷을 입히고 장식을 달아준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그래서 덩굴 때문에 죽는 나무는 곶자왈에는 없다.
타잔놀이도 해보고......

 

액자 속에도 들어가 보고.....

 

 

 

 

 

 

 

 

떼죽나무들이 고목이다 꽃이 다 피면 어떤 장관을 연출할지 연상이 되어서 꼭 보고 싶지만 지금은 때가 지났으니 마음 속에 가두어 둔다.그래도 아직 남아 있는 한 그루의 꽃이 맛을 보여준다.
구슬봉이 꽃이 참 많았다.

 

 

숲 속에 있는 전망대에 쉬어 가는데 삼방산도 옆에 있고 목장에 소들이 한가로이 쉬고 있다.

 

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