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탄천의 아침

반야화 2022. 7. 1. 12:04

장마 끝에 하늘도 씻기고 땅도 씻겨나간 아침은 찬란하다.
잠시 비가 그치고 이른 아침에 현관 밖을 나섰더니 높이 솟은 것들이 듬성듬성 베어 먹은 하늘이지만 하늘의 진면목인 푸르른 얼굴은 찬란하기만 하다. 진면목을 가리던 지상의 먼지를 다 털어낸 보석 같은 하늘을 이고 숲을 지나 물 구경하러 탄천으로 갔다.

웃비가 그치니 물은 금방 잦아들어 강폭 안에서 흐르지만 전 날 실어 나른 쓰레기들을 수변공원에 다 걸쳐놓고 흙색으로 세차게 흐르는데 수변공원 넓은 곳의 풀들이 다 한 방향으로 누워 있고 양쪽 나뭇가지며, 떠내려간 벤치며, 쓸고 간 자취를 보면 수위가 어떠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밤 강물은 평소보다 약 2.5미터 정도의 높이에 놓인 낮은 교각에 누군가 일부러 쌓아놓은 듯한 쓰레기들이 수북하고 강 둑 나무들이며 난간이며 수변공원 운동기구들에도 쓰레기를 올려놓은 걸 보니 얼마나 큰 물이 휩쓸고 간 밤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쓰레기의 대부분은 물속에 살던 온갖 수초들이 뿌리째 뽑혀서 여기저기 흉물 같은 흔적으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강변은 양쪽 수변공원을 다 덮어서 길이 깨끗이 씻겨진 곳과 진흙탕이 되어 있는 곳도 있어 엉망이 된 모습이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일거리였다. 저 긴 하천에 이어진 쓰레기를 누군가는 또 힘들게 다 치워야 될 텐데 강가를 걷는 사람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내 일이 아닌 듯 무심히 걷고 있었다.
조금 더 북쪽으로 내려가니 언제나처럼 탄천의 아름다운 모습도 있었다.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모처럼 충분히 흡수한 물기 가득한 나무들이 싱싱한 탄천의 아침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지난봄 꽃을 여의고 잎만 길게 흐드러져 버들 같은 벚나무가 도열해 있는 탄천의 풍경은 사계절이 너무 좋아서 자전거로 달이는 사람, 천천히 걷는 사람,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 다 그곳에서 행복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