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가는 길에
오랜만에 가족여행을 하기로 하고 친정도 있고 외가도 있는 안동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새벽에 일어나야지 맘먹고 알람만 믿고 잤는데 그놈이 울지 않아서 그만 늦게 출발을 하게 되어 가는 길이 어찌나 막히던지 나 자신에게 화가 났습니다. 아마 오전 설정이 오후로 돼있는 걸 몰랐던 것 같아요. 하필이면 비까지 내려서 가는 길에 야산들이 단풍이 참 좋았지만 선명하게 볼 수 없어 많이 아쉬웠죠. 그리 멀지 않은 길인데, 예정대로 풍기로 빠져서 인삼을 몇 보따리 사고 안동한우로
점심을 먹고 소수서원으로 갔는데 마침 비도 그치고 해서 즐거운 맘으로 둘러보는데 역시 시간이 부족해서 그것마저 끝까지 다 보지 못했지만 마음은 오백 년을 거슬러 그때의 마음으로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은행나무가 오백 년의 역사를 지니고 아직 도그토록 화려하게 가을을 그려내고 있어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가을은 섬세한 화가처럼 키가 큰 나무에만 채색을 한 것도 아니고 예쁜 단풍나무만 골라서 채색한 것도 아니 고아주 작은 풀포기마저 다 세심하게 붉게 어루만지고 가네요. 그중에서도 검고 거친 나무껍질에다가 이쁜 아기 담쟁이넝쿨을 그려 놓았는데 그 배열이 너무 깜찍하고 이쁩니다. 아주 잔정 많고 인정 넘치는 화가 같습니다.
그렇게 잠시 둘러보고 갔는데 정작 친정집까지 갈 시간도 안 되고 겨우 과수원에서 오빠 내외를 잠깐 보고 사과만 얻어 왔습니다. 갈 때는 바쁜 일손을 도와 사과를 따기로 하고 갔는데 폐만 끼치고 돌아온 것 같네요. 부모님이 안 계셔도 친정에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얻어오는 건 한 차 가득합니다. 돌아와서 생각하니 변해가는 오빠 내와가 애처롭고 일이 힘들 것 같아서 마음이 내내 아려옵니다. 일정이 짧아서 아쉬웠지만 밤길 달려 무사히 잘 도착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