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15코스
2015.620일
오늘은 제주 서쪽에 있는 한림에서 출발한다.
총길이 19.1킬로미터, 다소 길다는 생각이 들지만 코스가 볼거리가 많고 걷기 좋으면 이 정도도 즐겁게 걸을 수 있다. 그러나 결론은 여름철에 걷기엔 마땅치 않았다. 해는 뜨거운데 쉴 곳도 없고 그늘도 없는 농로를 계속 걸어야 했다.
대수 포구를 지나 대림안길로 접어들면 섬집들이 편리하게 새단장을 한 작은 농가를 지나는데 집은 작지만 화단 가꾸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란 걸 보여준다. 시작점에서 출발해 우리의 발길이 어디를 가고 있는 줄도 모른 채 리본만 따라가다 보면 제주의 삶 깊은 곳까지 엿보고 살피면서 다시 들판을 지나고 사람들을 만나고 반갑게 인사말도 건네면서 나그네가 되어보는 고행 같은 길을 간다. 내가 지나 온 인생길이 고행길이었다 해도 난 또 인생길을 닮은 그 길을 걸어야 하는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까를 사색하면서 걷는다.
인생길도 들머리는 호기심이 반이다. 어떤 삶이 나를 기다리는지도 모른 채 갈림길에선 스스로 판단해서 옳은 길이라고 생각되면 의심하지 않고 걷는다. 그러나 때로는 예상은 빗나가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돌아보고 후회하고 배우고 익히면서 힘들지만 완주를 해야 하는, 어쩌면 그런 면에서 올레길을 걷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길은 하루해가 짧다 싶을 정도로 즐거운가 하면 오늘의 15코스처럼 끝없는 농로에서 뜨거운 햇살과 싸우면서 땀구멍은 다 열어젖히고 줄줄 짠물을 흘리면서 지향 없이 걷는다. 이 역시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걷는 인생길이다. 고통이 있다는 걸 미리 안다면 누가 그 길을 들어설 것인가? 그러나 들어서면 후퇴할 수 없는 길이 또한 닮았다. 가다 보면 쉴 곳도 있고 그늘도 있고 웃는 날이 있겠지 난 그렇게 올레를 걷는다.
대림안길 마을에서 만난 사람은 친절하게도 우리가 길을 잘 못 들까 봐 따라오면서 갈림길을 알려준다. 하나 도움도 되지 못하는 올레꾼들이 그래도 반가운 모양이다. 마을이 끝난 곳에 작은 연밭엔 꽃이 가득 담겨 있고 또르르 말린 잎을 옆에서 보면 아주 귀여운 사랑법을 보여주며 하트를 만들어 보여 준다. 다시 이어지는 들판에서 많은 농작물을 만난다. 들판이 초록색 초원 같은 기장밭이 많고 귀리 밭, 단호박 밭, 취밭, 무밭, 옥수수밭, 양배추밭 수확이 끝난 쪽파 밭 감자밭 이모작 감자밭 등, 심지어 딸기밭이라 할 만큼 밭둑에는 산딸기들이 빨갛게 익어가고 있어 우리는 그걸 새참으로 따먹었다.
농로가 끝나는 지점에 선운정사가 나오고 그 옆 길로 한참을 더 농로를 지나면 납읍리 난대림 숲이 있다. 납읍리 숲은 작은 공원이지만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울창하고 키가 큰 원시림이 끝 간 데 없을 정도로 크고 굵다. 여기서 점심을 먹는데 습하고 어두워서 모기가 많아서 차 한 잔 마실 여유를 주지 않았다. 다시 이어지는 길은 백일홍 길, 과오름 길, 도새기 길인데 백일홍 길엔 백일홍이 없고 도새기 길은 금방이라도 멧돼지(도새기)가 뛰쳐나올 것 같은 수풀이 무성한 길이었다. 멀리에 오늘의 마지막 지점이 가까운 고내봉이 보인다. 하루 종일 뙤약 빛에서 고생했는데 이제 쉴 수 있겠구나 하고 들어섰더니 예상데로 평상이 있어 신발을 벗어서 발에도 통풍을 하면서 미안함을 달래고 물 한 잔을 마시고 정상에 올랐더니 전망대에서 고내포구가 아름답게 보였다. 아! 오늘의 여정은 좀 힘들었다. 다 좋을 수만은 없다는 게 인생길이다라는 결론으로 하루를 접었다.
기러기와 오리가 많은 곳을 상징하는 올레 들머리 솟대
제주 농가의 아름다움
기장밭이 많다.
말린 연잎이 외계인 이티를 닮았네. 의도하지 않아도 우연히 이럴 때도 있다.
하트를 마구 날리는 연밭
백년초 선인장 꽃
취밭
까만 담장 사이로 보이는 단호박
귀리 밭 처음 본다.
이쁜 펜션
타래 수박 꽃이다 처음 보는 꽃인데 넝쿨이 담벼락 따라 오르고 가을엔 노란 열매가 달린다.
꽃이 마치 실타래를 풀어서 만들어 놓은 것 같다.
꽃 대기 긴 처음 보는 꽃, 제주에서는 처음 보는 꽃이 많다.
고내봉에서 보는 풍경
소나무 재선충 병을 옮기는 매개체 벌레를 불빛으로 유인하는 장치
여기서 15코스는 끝나고 16코스로 접어드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