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시대의 멘토
반야화
2014. 9. 22. 10:39
김수환 추기경님 묘소
은빛 고운 아침에 이쁜 꽃 어루만지며 산책을 한다. 내 산책길 끝에는 고운님 잠드신 "천주교 서울교구" 묘역이 있다. 몇 번이나 산자락에서 바라봤지만 너무 넓어서 못 찾을 것 같아 되돌아왔다. 오늘은 꼭 찾으리라 생각하고 가다가 마침 참배 가족을 만났다."김수환 추기경님 묘소가 어디 계시는지 아세요?" 물어서 찾아가니 성직자묘역이 따로 있었는데 그 생각은 못 하고 뭔가 특별하리라 생각하고 찾았던 것이 잘못이었다. 신자였더라면 이런 실수는 안 했을테고 좀 더 일찍 참배했을 텐데 무척 죄송했다. 찾고 보니 일반 신자의 묘소보다 특별하진 않았고 꽃이 더 많다는 거 주교님과 나란히 계신다는 거, 그거였다.
추기경님은 가만히 계시지 않으셨다 쫓기는 자 다 보듬어 주시고, 아픈 자 다 찾아가 어루만져 주시고, 시대의 혼란까지 몸소 나서서 조언해 주시고 참 스승님이셨다. 지금 그분이 계셨다면 어땠을까? 너무 그리워지는 아름다운 분이시다. 시대의 멘토이신 어른을 잃고 나니 그 빈자리가 너무 크다. 같은 시대에 멘토이시던 법정스님마저 뒤따라 가시니 요즘처럼 상처 입은 사람들이 기댈 곳이 없구나. 법정스님은 형체로는 흔적도 남기지 않으셨지만 모두의 마음속엔 여전히 흔적으로 남아 계신다."추기경님, 스님 너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