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속리산 국립공원의 대야산

반야화 2015. 7. 15. 15:34

코스: 삼송리-농바위골-암릉 슬랩-중대봉-대야산 정상-대문바위-밀재-용추계곡-대야산 주차장.

 

미지의 세계를 동경할 때는 그곳에 어떤 극한의 어려움이 있어도 "~싶다 싶다"하다가 결국에는 실행에 옮기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에겐 산행도 그와 비슷하다. 작년 여름에 청화산과 조항산을 등산하고 멀리에 우뚝하게 돋보이는 산이 있어서 물어보았더니 대야산이라고 했다. 그때 후기를 쓰면서 "저산에 가고 싶다, 갈 거야, 언젠가는 가게 될 거야" 그렇게 쓴 기억이 나는데 드디어 가게 되었고 그만큼 동경해왔기 때문에 그 산이 어떤 험로가 있는지는 불문에 부치고 ~~ 싶다에서 실행에 옮기게 된 것이다.

 

며칠 전 어느 나른하고 무료한 날 혼자 가만히 공상에 잠기어 여러 잡다한 생각을 했다. 사람이 한평생을 어떻게 하면 늘 힘이 나고 늘 기분 좋게 살까? 하고 그다음엔 조건들을 쭈욱 열거를 해봤다. 누구나 원하는 복권이 당첨이 되어도 그 기분 좋음은 6개월이면 끝난다고 하고 젊을 때는 사랑 하나만 있으면 매일이 힘나고 행복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시들하고, 갖고 싶은 걸 가지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지만 그 역시 시간이 흐르면 없던 걸 가졌다는 기쁨보다는 원래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남았나 한참 생각 끝에 결과로 얻은 건 `목표가 있는 삶` 그래 그거야 하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다. 하찮고 작지만 매주 다가오는 산행이 있는 날, 비록 작지만 그 길에 들어서면 도중하차는 있을 수 없고 뭔가를 얻어서 기쁨에 찬 마음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또 다음이 기다려진다. 누구나 자기 처지와 환경에 따른 각종 이루고 싶은 목표, 그것이 있으면 나태해질 수가 없기 때문에 늘 목표를 세워야 힘을 얻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더 이상 내게 맞지 않는 걸 원하지 않기로 했다.

 

대야산은 속리산국립공원 권역에 속해 있는 중봉, 상봉이 있으며 상봉을 대야산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여름에는 계곡이 훌륭한 산을 찾아 떠나는데 산이 높아야 골이 깊고, 골이 깊어야 멋진 계곡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백대 명산에 속해 있다고는 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는 산이 아닌 것 같아 별생각 없이 갔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태풍이 지나고 난 직후여서 계곡엔 물이 많고 이쪽저쪽을 건너뛰면서 능바위 골을 지나 중봉으로 향해가는데 점점 다가 갈수록 슬랩 산행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경사도가 내겐 아주 심한 암 능 구간을 오르는데 발 디딜 곳과 손 잡을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바들거리기 시작했고 "난 못해"하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그러나 어쩌랴! 지금부터는 살아야 한다는 목표가 갑자기 나타났다. 일행들이 한 사람씩 올라가고 그 난감하고 벅찬 슬랩 산행을 하다가 겁을 먹은 후부터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북한산 숨은 벽을 포기한 전력이 있는데 그 정도이니까, 인간의 안정 한계점의 각도에 발을 딛고 서 있는 느낌이었다.

 

사력을 다해서 무사히 일행들이 다 오르고 난 다음에 맛볼 수 있는 기쁨, 그 환희의 순간을 바람이 고생했다며 맞아주고 앞서간 사람들이 손뼉 쳐주고 우리 여자들은 만세를 불렀으며 중봉 역시 빙그레 웃는 표정으로 넓은 터를 내주며 점심이나 먹고 가라기에 중봉에서 점심을 먹었다. 잠시 담소로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이제는 대야산 정상을 향해 가야 한다. 힘든 과정은 다 지났는가 싶었더니 정상은 멀기만 하고 가는 길 역시 잠시도 맘 놓을 수가 없을 정도로 난코스가 많았다.. 정상을 향해 가는 도중에 대문바위를 만났다. 대문바위라고 부르기엔 그 덩치가 너무 커서 집채 바위가 맞을 것 같았다. 작은 돌멩이로 고인듯한 공간 위로 올라 있는 엄청난 바위 옆에 대문을 닮은 드나드는 곳이 있었다. 바위의 위용뿐 아니라 그 바위가 차지하고 있는 터가 높고 넓은 곳이어서 텐트를 쳐도 될만한 반듯한 터를 차지하고 있는 바위가 중봉을 압도하는 듯했다.

 

힘들게 대야산 정상을 올라 사방을 조망하는데 그 좋은 곳에서 보이는 시야가 흐려서 너무 아까웠다. 이제는 하산길만 남았으니 편하겠지 생각하고 하산하는데 어디든 올라온 만큼 내려간다고 보면 되는데 하산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계곡을 향해가는 길이기 때문에 그 맑은 물을 생각하면 참을 수 있었다. 밀재에서 한참 내려가니까 조금씩 물소리가 들리고 그때부터는 또 마음이 바빠진다. 용추계곡으로 가는 길이다.

 

여름 산행의 묘미, 계곡에 발을 담그는 그 맛을 아는 사람만이 삼복더위에도 산행을 한다. 지난주만 해도 가뭄 때문에 밑바닥의 뼈골까지 다 보여주던 계곡에 물이 차니까 내가 언제 간난 했어?라고 하듯 용추계곡은 차고 넘치게 건방을 부리며 흐른다. 바닥엔 왕모래를 깔고 썩은 잎 하나 없이 청소를 다 한 다음 흘러가는 물이 어찌나 달게 보이던지 갈증 난 내 목으로 꿀꺽꿀꺽 넘어가는 같았다. 가뭄 끝에 보는 풍요로운 물이 그냥 흘려버리기엔 너무 아까워서 순리대로 흐르면서 하심만이 있는 물의 성품을 가두어 자유를 뺏고 싶었으니 "흘러라 흘러서 어느 호수에 담수가 되어라"그렇게 생각하며 계곡 가장 좋은 곳에서 씻기도 하고 쉬면서 놀다 보니 "다시는 안 올 거야"라고 했던 그 말이 어느새 산고를 잊듯 다 씻겨나가고 너무 기분 좋게 산행을 마쳤다.

 

생각했던 것보다 돌아가는 시간이 늦었는데 차창으로 스쳐 지나는 다음 산행지의 멋스러움이 석양을 받은 아름다운 실루엣이 되어 다시 찾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석양, 얼마나 좋은 빛인가? 아무리 바라보아도 눈멀지 않게 해 주시고 마음껏 바라보라고 붉게 상기된 얼굴로 비추이는데 나의 얼굴마저 상기되어 우리는 서로 그 위대한 태양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고 석양빛을 받고 스치는 산의 곡선은 또 왜 그렇게 아름다운지 피로한 눈을 감을 수도 없게 만들었다.

 

암릉 슬랩이란 거, 그거 너무 힘들어서 "속았어"라고 투덜대던 마음까지 다 맑은 물에 던지고 집으로 간다.

 

등산로 입구

 

 

중대봉으로 오르는 암 능 구간

 

 

 

 

평지같이 보이는 이 구간이 급경사여서 아찔했다.

 

아찔한 고비를 넘기고 나서 맞는 환희의 순간

 

 

 

 

 

 

지나와서 보이는 중대봉이 마치 빗물 자국 같은데 바위가 갈라진 틈이다.

해골바위

 

 

 

산수국

 

대야산 정상에 서다

 

 

 

 

대문바위

 

무거워! 도와줘요.

 

너무 좋아

 

 

 

 

 

무극에 있는 감우제 6.25 전승 기념관을 들려서...

 

 

 

 

 

 

 

용추폭포 아래에 있는 하트 모양의 무당소는 수심이 3m 정도로, 100여 년 전 물 긷던 새댁이

빠져 죽은 후 그를 위해 굿을 하던 무당마저 빠져 죽었다고 한다. 

고단했던 산행은 여기서 다 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