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분내
반야화
2023. 4. 12.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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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아버지 생각하면 분내가 난다. 그 향기 얼마나 진했길래 이 나이 되도록 아직도 진하게 남아 봄마다 그리워도 볼 수 없었던 그 꽃 분내.
어느 날 아버지 지게에는 분꽃나무 가지가 따라왔었지. 나뭇가지 하나가 풍겨주던 분꽃 여운이 이리도 오래도록 남아 그리움 끝에 장승처럼 서 계시는 친정아버지가 세상 끝 저 멀리에서 꿈결처럼 이끌었나
우연히 분내에 이끌린 그곳에서 분꽃나무 무더기를 보았네. 그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 같은 향기에 스며들어 차마 발길 돌리지 못하고 꽃을 어루만지며 아버지 향을 맡고 있었네.
세상 끝 별이 되신 아버지와 마주 보는 염화미소 같은 이 행복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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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또 지고 분내만 남겨지겠지 떠나가는 연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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