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 입양
2014.3.1일 출생
2014.6.4일 입양
태어난 지 3개월이 된 아기 강아지를 데려왔다. 그동안 두 가지 마음이 상충해서 많이 망설이다가 결국 가족이 다 키우기로 합의를 하고 입양하는 마음으로 안 고왔다. 첫째는 청결문제, 둘째는 집을 비울 때, 그러나 그 생각은 다 기우였다. 나직한 울타리를 치고 방석과 수통과 배변판을 넣어주고 며칠 두었더니 금방 익숙해지고 몇 번 실수하더니 이제는 울타리 밖에 놀다가도 대소변 보러 열어둔 문으로 쪼르르 달려가서 배변판에 볼일을 본다. 푸들이라 털도 빠지지 않는다 하고 영리하다고 하니 키우는 재미가 앞으로 더해질 것 같다.
처음에 애견샆에 갔을 때 작은 유리 케이스 안에 젖도 안 떨어진 것 같은 강아지들이 팔려가기 위해 갇혀 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 가여워서 한 마리라도 거두어서 자유를 주자고 데려왔는데 이제는 이놈이 나를 구속한다. 그렇다고 꼭 메여있는 건 아니지만 어디를 가면 하루 종일 혼자 있을 걸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가 않다. 집에 같이 있는 날은 하루 종일 나만 주시하고 졸 줄 따라다닌다. 까만색이라서 동그랗게 앉아 있으면 마치 떨실 뭉치 같다. 그래서 ,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 개, 실이, 뭉치, 쫄쫄이.
요즘은 길들인다고 `안돼` 하는 명령어를 남발하고 있다. 그러면 하지 않고 가던 곳을 되돌아 나온다. 이제 앉아하면 앉고 귀염을 토하고 있다. 그런데 강아지를 데려다 놓고 못하게 하는 게 많다. 짖지도 마라 깨물지도 마라 저지래도 마라. 본능을 다 억제해야 가족이 된다는 게 가엾기도 한데 그래야 한다니 난 자꾸 애처롭게 생각된다.
하루는 루비를 내 무릎 위에 올려놓고 동요를 불러주었더니 그렇게 별나던 놈이 꼼짝도 않고 듣고 있는 모습이 기특해서 아는 동요 다 부르다가 밑천이 떨어져 아리랑도 부르다가 애국가도 부르다가 했다. 그런데 웬일이야, 이제는 버릇이 되어서 소파에 앉아 있으면 쳐다보고 짓는다. 그래서 바닥에 내려앉으면 치맛자락에 앉는 걸 좋아하고 노래 불러주면 졸기도 한다. 아무쪼록 아프지 않고 잘 자랐으면 좋겠다. 미리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변이 안 좋아서 병원 갔더니 한 번에 8만 원이다. 데려올 때도 필수품이 어찌나 많던지 몸값을 합해서 팔십만 원 들었는데 딸은 생명 값 치고는 싸다고 한다. 생명으로 장사를 하고, 어미는 생산만 한다고 하니 인간을 위한 생산, 이것 또한 인간의 이기가 아닌가 싶어 짜안하다. 예방주사도 많고 비타민이며 간식이며, 아기 키우는 거랑 똑같다. 우리 이쁜 루비 사랑한다.
루비라면 빨강이어야 되는데, 올 블랙 이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