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동탄,구봉산과 반석산

반야화 2021. 2. 16. 21:18

산을 깎아 신도시를 만들면서 남겨놓은 야산들이 나무높이보다 더 높아져버린 아파트 숲에 가려져 보일 듯 말 듯 남겨놓은 숲이 일대 모든 주민들의 쉼터와 질 좋은 공기를 뿜어내는 역할을 해주니 너무 고마운 존재가 된다. 산이 아니라 공원이 된 그곳에는 수많은 길들이 생겨나서 산을 둘러싸고 있는 동네를 실핏줄처럼 연결해서 어디서 올라오든 돌아나갈 수 있는 하얀 길들이 나목 사이로 철부지 어린 손이 함부로 그어놓은 선처럼 구불구불 그려져 있다.

멀리 가지 못해서 돌아본 주변에 이렇게 좋은 길들이 있다는 걸 요즘 많이 알아가고 있다. 오늘은 아파트 바다에 섬 같은 야산을 걸었는데 마침 눈까지 내려서 호젓한 산길 도화지 같은 눈 위에 첫 발자국들을 만들어가는 재미도 너무 좋았다. 끝인가 싶으면 내리는 눈이 끝이라는 말은 궁극적일 때만 쓰라는 듯해서 어떤 것에든 끝, 마지막, 이런 말은 신중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