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으로의 여행
코스: 장미터널-만천하 스카이워크-도담삼봉-구인사,단양을 돌아 나오면서 만난 산과 강.
그들은 친구였다. 산과 물 같은 친구가 어디 흔하랴, 산이 목마르면 물은 산으로 올라가 해갈을 도와주고 산이 포만감에 이르면 물은 조용히 내려와 푸르게 산 옆에서 강이란 이름으로 흐르다가 또 어느 논밭에 들려 돌아 나오면 다시 흐르던 줄기 찾아 강이 되는 불가분의 친구관계다 "산은 물을 건너지 않고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이 진리는 그들이 결코 "못한다"가 아니라 "안 한다"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래야만 영원한 친구가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먼 산의 곡선과 긴 강의 곡선은 서로 모나지 않고 유순한 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치열한 삶의 경쟁이 끝난 인간사도 자연을 닮고 싶어 자꾸만 산과 강으로 찾아드는 게 아닐까.
어느 단체의 리더가 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사전 답사 없이 처음 찾아가는 길은 언제나 시행착오가 따르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느긋해지면 결국엔 제 갈 길로 가는 거니까. 이날도 조금 헤매긴 했지만 일정은 차질 없이 진행되어갔다. 먼저 단양강 수변을 장식하고 있는 장미터널로 들어섰다. 장미의 계절이 조금 이른 탓에 터널은 꽃장식을 하지 못했지만 긴 터널에 어딘가에서 장미향이 터널을 상큼함으로 흐르고 있었다. 쓸모없는 것은 아무리 많아도 향기를 지니지 못 하지만 아름다운 것은 단 하나만으로도 그 향기는 천리를 가나보다. 새파란 터널에 빨갛게 피어 있는 단 몇 송이 장미만으로 나는 그 향으로 물들었고 향의 연상작용만으로도 터널은 장미꽃으로 붉어졌다.
장미터널을 돌아 나와서 단양강 잔도 길로 들어간다. 이름도 생소한 잔도 길이 이런거구나,하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벼랑길을 따라 걷는다.걷기 좋은 곳과 나들이하기에 좋은 계절이 만나 때를 놓치지 않으려는 인파에는 남녀노소가 없이 붐볐다.조용한 클래식 음악이 있는 물길따라 나도 산과 물처럼 그들의 친구 속에 포함되고 싶었으나 나와 같은 마음이 동시다발로 일었는지 모두가 그 길 위에 있으니 그런 고급스런 산책은 내것이 될 수가 없었다.물은 산을 반영하여 한없이 푸르고 봄은 그 잔잔한 물결에 실려 어디론가 흘러서 꽃 찾아 떠나지 못하는 사람에게까지 봄을 실어줄 것이다.약 1.2킬로의 잔도길이 끝나면 만천하 스카이워크 길이 이어지는데 어디를 둘러봐도 하늘길은 보이지 않고 산꼭대기에 철골 구조물만 보였다. 그런데 차를 타고 산길을 굽이돌아 그곳에 이르고서야 스카이워크라는 걸 알았다. 밑에서 볼 때와는 달리 나선형으로 올라가는 구조물이 얼마나 컸던지 올라가는 길이 뺑뺑돈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흐린 날씨가 문제지 그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물줄기와 물가에 기대어 살아가는 단양의 작은 농촌의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다. 그뿐 아니라 간간히 지나다니는 상전 철교와 장난감 같이 보이는 기차가 운치를 더하고 겹겹이 포개진 소백산 줄기의 산들도 선명하지 못한 채 존재감만으로 강과 어우러진 진경산수화가 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는 훌륭한 볼거리를 주는 곳이었다.
숱한 선비와 예인들이 단양에서 작품을 남기고 단양에서 팔경의 이름을 짓고 했을 한 시절이 생각났다. 단원 김홍도가 했던 말 중에 "먼 산엔 나무가 없고 먼 강엔 물결이 치지 않으며, 먼 사람에겐 눈이 없다"라고 했던 그 말이 아마도 단양팔경을 화폭에 담으면서 한 말이 아닐까, 푸른 단양강엔 깊이를 모르는 빛깔만 있을 뿐 물결도 치지 않고 산 역시 멀리에서 시퍼렇게만 보일뿐이다. 보이는 것이 다 진경산수화다.
여행의 주 목적지를 다 돌고도 남는 시간에 도담 산봉과 단양 석문을 보고 그래도 남는 시간에 천태종 본산인 구인사까지 보고 돌아온 알차게 보낸 하루였다.그리고 어딜가도 하루의 끝은 완주가 목표인 제주올레 출신의 지인분들과 함께한 여행이어서 보람되고 즐거운 단양여행을 마친다.
단양석문, 석회암 동굴이 무너진 후 생겨난 석문.
멀리에서 보는 사찰 경내의 모습이 산속에 폭 싸인 모습이
금계 포란형인 풍수상으로 본 최고의 길지라고 했을법한 아늑한 터로 보인다.
이 길지의 이유 때문에 닭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하지만 계율일 뿐 그 이상은 모른다.
닭을 섬기는 이유로 등도 닭 모양으로 만들었다.
12 지신 상
돌아오는 차창으로 본 단양의 산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