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나의 산책코스
반야화
2013. 4. 25. 14:25
내 일상 중에서 가장 단맛이 진하게 나는 시간이다. 길은 하나지만 비라도 오는 날은 비슷하면서도 묘한 걷는 맛이 틀리는 길이다. 봄이 느린 걸음으로 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남녘에서 만났던 봄이 내 집까지 도달하는 동안 지날 때마다 그릇그릇에 소담하게 꽃을 담아두고 떠나가는 곱고도 더딘 그 걸음을 이제는 그만 멈추라 하고 싶다.
그래도 떠난다면 내 무슨 힘으로 막을 수 있으랴만 약속이나 하고 가시라. 봄이 꽃을 몰고 올 때 나 또한 꽃다움에 있어달라고, 마음만이라도. 진달래는 떨어져 눕고 푸석푸석한 땅에 봄비가 내리는 날은 탯줄도 떨어지지 않은 어린잎들이 힘껏 젖을 빨아올 리 듯 입술에 방울방울 맑은 젖을 흘리고 있네. 이렇듯 너무도 사랑스러운 어린잎이 쑥쑥 커가는 아침, 풋풋한 솔향 가득한 산책길이 있어 심심한 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