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학교 개학날
우리들은 같은 마음으로 한 곳을 바라보며 생의 후반기를 자연학교에서 배우고 지혜를 얻고 있는 학생들이다. 우리의 교정은 끝이 없다. 선생님은 너무 많지만 말로 가르치지 않는다. 말없이 가만히 보여주기만 하고 우리는 그 모습에서 관찰하고 즐기다 보면 절로 알아지는 지혜가 생기게 되는 무위의 진리를 배워가는 학생들이다. 대신 졸업은 언제든 할 수도 있지만 영원히 안 할 수도 있다. 생이 끝나도 그곳, 자연으로 돌아갈 테니까. 그래서 더욱 자연과 가까워지고 친해져야 언젠가는 오고야 말 끝이란 게 두렵지 않게 된다.
인생 전반기는 교육으로 지식을 얻었고 후반기는 우리처럼 자연에서 진리와 지혜를 터득하는 것이 가장 잘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꽃을 보면 이름을 알고 싶고 이름을 알고 나면 더욱 친해지고 이뻐 보인다. 계절의 변화에서 때로는 웃고 때로는 슬픔을 느끼기도 한다. 오르막 내리막을 경험하고 모든 건 변한다는 걸 알고 나면 아무리 좋고 머무르고 싶어도 곧 그 자리를 떠나야 한다는 것도 알기 때문에 미련을 버리면 편해진다는 걸 산길을 걸으면서 알게 되고 나의 삶과 자연의 변화가 똑같구나 하고 느낀다. 그 순리에 적응하다 보면 흔히 하는 말이지만 가장 어려움인, 비움과 내려놓음도 알게 된다. 비움은 쓸데없는 걸 갖지 않는 것이며 내려놓음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려고 욕심부리지 않는 것이란 것도 길을 많이 걷다 보면 알게 된다.
해마다 자연학교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한 달가량 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여름방학을 장마와 혹서기를 피해 두 달이나 쉬다가 드디어 어제 개학을 했다. 개학 첫날이 너무 더워서 정상을 포기하고 계곡에서 놀았지만 그 시간도 너무 좋았다. 칡향기 솔솔 내려오고 물봉선 곱게 피어 있는 맑은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각자의 먹을거리를 모아놓고 맛있게 먹는 즐거움도 고급식당 못지않게 우리에겐 큰 즐거움을 준다. 이제 자연학교 개학을 했으니 함께하는 친구들이 모두 건강해서 좋은 길을 걸으며 끝없이 자연에서 배워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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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 청계사 가는 길의 마타세콰이어 숲이 너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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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사, 산은 여러 번 갔지만 청계사를 처음으로 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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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사의 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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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봉선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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